무제-2.jpg  성명 김광옥
 과정명 인터넷쇼핑몰&창업  ( 2007.09.12 ~ 2008.03.13 )
 취업처 GLK상사
 직무내용 사무, 홈페이지관리
지천명에 나를 또다시 깨운 여자



자기를 가꾸고 자기를 위한 시간을 가질 시기에 세상에 발가벗긴 채로 부딪혀야 할 상황이 되었어요. 절망의 늪에 혼자서 빠져 허우적대야 했습니다. 빚만 남겨두고 나를 양지바른 곳에 묻어준다던 남편은 고통이 싫어서였는지 어느 날 갑자기 뇌출혈로 쓰러져 15일 만에 세상과 가족을 버리고 먼 곳으로 가버렸습니다. 처음엔 아무생각도 무엇을 해야 할지도 두서가 잡히지 않았습니다. 단지 발등에 떨어진 불을 끄기에 급급할 따름이었습니다. 그래도 산 사람은 살아진다는 진리는 맞는 것 같았습니다. 정신을 차려보니 제게는 돌봐야 할 자식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적성이니 뭐 그런 건 사치였기에 닥치는 대로 열심히 했습니다. 남보다 적게 자고 남보다 더 많이 생각하고, 그렇게 칠년을 보내고 나니 어느덧 딸이 대학졸업반이 되었어요, 4학년 2학기 등록을 마치고 이제부터라도 내가 하고픈 일이 무엇이며 세상이 매기는 나의 값은 얼마이며,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하는 생각을 가지고 취업박람회의 문을 두드렸습니다. 젊은이들이 거의 전부이고 200여 업체에서 인재를 구하러 왔는데 저를 필요로 하는 곳은 한곳도 없었습니다. 또한 나이제한이 없는 몇 곳에도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없었습니다. 49세에 할 수 있는 일이라곤 식당 허드렛일 밖에 없다는 생각에 허탈하게 돌아서는데 누군가가 여기 접수를 해두고 가라는 말을 했습니다. 처음엔 그곳에서 무엇을 하는지도 모르면서 어쩜 실망에 젖어서 별다른 기대도 생각도 없이 그저 접수만 한 거였어요. 그런데 한참 후에 연락이 왔어요.

경북직업훈련학교 제게 제2의 인생을 열게 길을 가르쳐준 학교와의 인연은 그렇게 시작되었어요. 쇼핑몰 2기 교육을 6개월 동안 받게 되었어요. 처음엔 학교처럼 짜여 진 시간 딱딱한 의자에서 아침9시부터 오후4시까지 꽤 힘겨운 저와의 싸움이었어요. 다른 한편으론 다시 학창시절로 돌아간 듯한 묘한 즐거움도 함께였어요. 제가 늘 딸에게 말했던 세상에서 젤 쉬운 공부를 시작했어요. 그래서 저는 포기할 수 없었고 남들에게 뒤지지 않으려고 더 많은 시간을 학교에서 보냈어요. 사실 그때 집에는 컴퓨터가 없었어요. 딸이 가지고 갔고 전 할 줄도 몰랐기 때문에 필요한 것이 아니었어요. 그래서 방과 후 몇 시간씩 남아서 연습했습니다. 사실 포토샵 이라든가 뭐 그런 실기를 필요로 하는 그런 분야는 저는 머리는 되는데 손이 말을 듣지 않아서 애도 먹었습니다. 시간과 선생님의 열의에 찬 가르침의 결과물은 있어야겠고 그래서 전 자격증이라도 몇 개 따겠다는 목표 하에서 워드 2급 컴퓨터 활용능력 2급 엑셀 등 3개의 자격증을 따고 학교를 졸업했습니다.

누구에게 부탁도 않고 무작위로 온라인상으로 이력서를 제출했습니다. 제 나이에 취직 이라는 게 어려우리란 생각은 했지만 나도 남들처럼 할 수 있다는 자신감으로 당당하게 기다렸습니다. 서너군 데서 면접오라는 연락이 왔는데 저는 그때 제심경이 포항을 벗어난 곳을 원했습니다. 제가 마음먹었던 곳에서 연락이 왔고 면접 본 후 3일 만에 출근하라는 연락이 왔습니다.

그때가 작년 5월 20일이었습니다. 그때부터 지금까지 나름의 존재감을 느끼며 나름의 자리매김도 하고 즐거운 맘으로 하루하루를 연답니다. 제가 이일에 자부심을 가지는 것은 23살 내 딸보다 어린 아가씨가 하던 일을 별다른 무리 없이 이 어설픈 아줌마가 해 낸다 는 게 스스로 뿌듯합니다. 참고로 제가 하는 일은 직원이 100명 정도 되는 제조업회사에서 영업부 제반 모든 서류를 처리하는 일입니다. 저희 회사는 관급수급을 많이 하기 때문에 온라인상으로 처리되는 검수 및 대금청구 등등 입찰 제안 등 제법 컴퓨터로 하는 일이 많은 회삽니다.

제가 늦은 나이라 포기했다면 엄두도 못 낼 일이랍니다. 직업에 귀천은 없다하지만 정말 몸으로만 하는 일은 나이도 있고 해서 어쩜 계속할 수 없을지도 모르지만 이 일은 앞으로도 꽤 오랫동안 할 수 있으리라 생각되고 늘 젊은 사람들 속에 살아서 그런지 어디를 가도 제 나이를 보는 사람도 없습니다.

마흔아홉 후반에 직업학교를 갔고 오십에 취직을 한 늦깎이 오피스레이디

정말 보람된 하루하루를 보낸답니다.

누가 그랬다죠, 행운이란 준비된 사람이 기회가 왔을 때 잡는 것이라고......아침이면 갈 곳이 있고 나를 기다리는 일이 있다는 거 정말 멋진 일이에요. 세상에 아줌마가 늦게 직업을 구하면 단순노동만 할 수 있다는 고정관념도 깨고 싶었고 나이와 능력은 달리 평가받을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해 보이는 게 제 꿈이라고 할 수도 있습니다. 또한 무엇이든 세상엔 내가 하고자 하면 얻을 수 있는 것이 많다는 걸 말 하고 싶습니다. 저처럼 이 나이에 하는 생각만 버리면 아직도 할 수 있는 일이 얼마든지 있답니다.

전 회사도 다니고 퇴근 후에는 일어 1급자격증을 목표로 학원도 다닌답니다. 정말 꿈이지만 제가 제대로 일어가 된다면 강단에 서서 누군가를 위해서 봉사도 하고 싶습니다. 제 하잘것없는 일을 이렇게 구구절절 쓴다는 게 약간 쑥스럽기도 하네요. 저는 취업 성공 사례 담이라기엔 너무 미미해서 이렇게 글 올리는 게 우스개가 안 될 지 저어되네요. 끝으로 열과 성의를 다해 잘 가르쳐준 제2의 모교 경북직업학교에 무궁한 발전을 기원하면서 두서없는 우문 마무리 할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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