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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명 |
박영순 님 |
과정명 |
전산세무회계&PC활용(A) ( 2008.03.12 ~ 2008.09.03 ) |
취업처 |
(주)명성기업 |
직무내용 |
사무관리분야 |
작년 이맘때 여기저기서 꽃몽우리가 부끄러운 듯 살며시 고개를 내밀쯔음... 커다란 가방과 헐떡이는 숨소리로 계단을 둔탁하게 오르내리던 모습이 지금도 눈에 선하다.
오늘은 조금 차가운듯한 바람을 폐로 들이마시며 사방에서 날아오는 향긋한 꽃향기를 맘껏 들이켜 본다. 나무 가지가지에서 자라나오는 색깔의 차이를 눈으로 확인하며 혼자말로 구시렁구시렁... “박태기꽃은 정말 예쁘구나!”, “라일락, 네 향기가 나를 반하게하네~!” “개나리야 너는 벌써가니? 내년에 또 보자꾸나~!” 이름도 모르는 꽃들을 뒤로하며 오늘도 숨가쁘게 계단을 오르고 있다. 어느덧 일상이 되어버린 직장생활을 시작하고 이 길을 걸은 지가 벌써 9개월째 접어들고 있다.
친구의 소개로 접수가 끝나버린 직업전문학교의 문을 두드리고 전화하고 그러기를 여러번.. “60명 정원에 120명이 넘게 접수 되어 더 이상 받을 수가 없습니다. 접수가 마감되었습니다.” 하던 직원의 상냥한 거절에 마냥 뒤돌아올 수가 없던 나는 1지망, 2지망 모두 전산회계&PC활용 과정으로 기재한 입학신청서를 제출하고 T/O가 생기면 꼭 연락해달라고 몇 번이나 부탁을 하고서야 집으로 돌아왔다. 희망을 버리진 않았지만 모집마감이 되었다는 말에 어느 정도 체념을 하고 조경기능사 자격증 공부를 시작했다. 공부를 시작한지 몇 일 만에 직업전문학교에서 면접을 보러 오라는 연락을 받았다. 전화로 면접을 볼 수 있다는 말을 듣고서 잠시 동안은 뛸 듯이 기뻤지만 막상 6개월을 다녀야한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무거웠다. 시작한 조경기능사 시험도 봐야하는데 “두 가지를 한꺼번에 할 수 있을까?” 걱정하면서도 한번 도전해보기로 했다.
면접에 합격하고 경북직업전문학교 재학생이 되었다. 남들은 한 가지 공부도 따라가기 힘들다고 난리인데 조경기능사 공부에 회계, 엑셀, 한글, 파워포인트 등 다양한 과목 공부를 하느라 머리가 터질 지경이었고 하루하루가 어떻게 지나가는지 모를 정도로 세월은 흘러 자격증이 몇 개나 내 손안에 쥐어졌다. 돌이켜보면 힘들었던 기억이 많지만 친구들과 도시락을 까먹고 잠시 잠깐의 수다를 떨면서 “참 행복하고 건강하게 살고 있구나!” 하는 생각에 가슴 뭉클할 때도 많았다. 지금도 그 친구들이랑 가끔씩 만나서 영화를 본다거나 일상의 이야기들로 수다를 떨기도하며 우연한 우연이 좋은 인연이 되어 더불어 잘 살아가고 있다. 가끔씩 사무실에서 창밖을 내다보며 그 때의 힘들었던 지난날을 회상하면서 커피를 마시곤 한다.
직업학교를 다니기 전 직장생활을 하면서 혼자 외롭게 힘든 공부를 한 적이 있다. 2년을 주택관리사자격증을 따려고 새벽3시 이전에 잠을 자본적이 없었고, 하루에 커피를 8잔씩 마셔가며 공부를 했다. 그에 비하면 직업학교 생활은 참으로 재미있고 행복했다. 지금 공부를 하고 있는 직업학교 후배기수 학생들이 들으면 기가 막히겠지만 말이다. 무료로 전문지식을 배울 수 있는 것 만해도 큰 이득인데, 식대와 교통비지원에 충실히 공부만 하면 자격증취득은 보장된 것이나 다름이 없으니 이보다 좋을 수는 없는 것 같다. 항상 내 주변 사람들에게 직업학교를 졸업한 것을 자랑하며 이렇게 좋은 시스템을 활용하지 않는 사람들이 바보라는 표현까지 하며 직접 도전해보라고 권한다. 취업을 하고는 싶은데, 취업을 해야하는 상황인데 취업은 안 되고 그렇다고 해서 뾰족한 수가 있는 것도 아니고 걱정만 늘어지게 하고 있는 사람들을 보면 안타까울 뿐이다. 그들에게 직업전문학교의 문을 두드리고 새로운 것에 도전해보라고 따라다니며 말해주고 싶다.
작년 9월 직업전문학교를 수료한 후 내가 갖추고자 목표했던 자격증은 다 취득하였고 취업도 성공했지만 항상 가슴에 묻어 두었던 배움의 열정이 샘솟아 방송통신대 교육과를 입학하여 중간고사를 치르는 중에 있으며, 요즘도 직업전문학교를 다니던 그때만큼 바쁘게 생활하고 있다. 세월은 정말 빠른 것 같다. 일주일을 헐면 금새 주말이고 한 달을 헐면 다음 달이 눈앞에 와있다. 이번 주말에도 난 변함없이 보따리를 싸들고 독서실에 가서 숨죽이며 중간고사 시험 대비공부를 할 것이며, 몇 달 뒤엔 또 기말고사를 열심히 준비하고 있을 것이다. 이렇게 4년 뒤엔 졸업장을 받을 것이고 평생교육사 자격증을 쥐고 흰머리가 흉하지 않는 여성이 어디서 나보다 더 나이 드신 할아버지 할머니 또는 아들 또래를 위해 아니 나 자신을 위해 열심히 봉사하면서 직업전선에서 가르치고 있을 것을 생각하니 힘들다는 마음은 사라지고 미래의 내 모습에 미소가 절로 지어진다.
지금은 아파트 관리실 경리로 일하고 있지만 내겐 항상 꿈이 있다. 올해엔 관리소장으로 승진할 목표가 있고, 소장으로서 임기가 끝나면 평생교육사로서의 소명을 다한 나의 인생은 정말 복되고 후회가 없을 것으로 기대한다. 조용한 관리사무소에 울려퍼지는 한통의 전화벨 소리에 수화기를 들고 잠시 쓰던 글을 멈추고 그들의 비위를 열심히 맞추고 있다. 정말 막돼먹은 사람들도 많다. 공동주택이다 보니 별의별 일을 다 경험한다. 입사한지 일주일 정도 지나서의 일이다. 15층 난간에서 20대 청년이 생활고를 비난해 투신자살을 해 못 볼 것도 봤고, 술만 드시면 관리실에 찾아와서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엄청난 욕을 퍼부어 대시던 정말 생각하기도 싫을 만큼 밉고 원망스럽던 할아버지, 그래도 정이 많아서 시금치며 고추며 땅콩이며 농사지으신 수확물이라며 검은 봉지에 넣어 집에가서 반찬해먹으라며 따스히 건네주기도 하셨는데 한달전에 타지방으로 일을 하러 가셨다가 비명횡사하셨다는 소식에 난 미워했던 마음마져 후회스럽기까지 했다. 지금이라도 빨갛게 상기된 얼굴로 술병을 들고 꼭 우리 막내며느리 같다며 환하게 웃으며 당장이라도 들어설 것만 같다. 조그만 실수도 용납하지 않으려는 듯 따져대는 요즘 젊은 새댁들.. 내가 조금만 손해보더라도 그것이야말고 인간적이고 여유로운 삶일텐데 말이다. 오늘도 변함없이 다리가 불편하신 할머니가 외로워서 집에서 드시던 과자봉지를 손에 쥐고 관리실로 들어오신다. 며느리 흉을 얼마나 하실런지.. 나중에 후회하는 일이 없도록 친구삼아 말벗이라도 해드리기위해 잠시 귀찮은 마음을 거두고 환한 얼굴로 문을 활짝 열고 맞이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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